남의 결혼식 ㅣ 감정의 내비침

2023. 2. 10. 22:00ㅣ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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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록하는 기억ㅣ하히 라의 한중록

 

 

 

겪어낸 감정

 

 

 슬픈 일은 슬픈 일이다. 그건 겪어보지 않고 생각만 해봐도 그러하다. 그러니 겪는 사람은 오죽할까,

 

아빠는 사돈댁의 결혼식에 참석해 수화로 성혼 선서에 이어 혼인 성약을 다짐해 가는 모습을 보고 눈물 콧물을 이따 만큼씩 짜내셨다. 저들을 키워낸 양가 부모님 생각과 저렇게 자라나야 했던 그들 생각에 그리고 다행히도 포기 없이 이토록 잘 자라 줌에 그리고 키워냄에 그러다 서로의 짝을 만난 것에 어느 대목 하나 울지 못할 구석은 없었다.

 

그래도 난 울지 않았다. 내 딸아이를 돌봐야 했고 챙겨야 했고 아기가 울어서 결혼식을 심란하게 만들면 안 되는 책임도 있었지만, 나는 이미 많이 울었기 때문에 그날은 울지 않았던 것 같다. 이미 나는 그들을 생각하고 겪으며 계속 울어왔었다. 그래서 그날만큼은 눈물도 나오지 않았고 울고 싶지도 않았다.

 

수많은 친구들을 불러 우리 이렇게 함께 한다며 축복을 받아내는 그 무리들 또한 청각장애인들이었지만 아무리 힘들었을 그들의 생각에 나는 울지 않으려 애썼다. 각자의 자리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자신의 몫을 해내 온 그들에게 나는 그 시간을 축제로 즐기게 하고 싶었다.

 

 

아빠 엄마는 신부를 보며 저 친구는 어찌 말을 하냐고 물어왔다. 그 질문에 나는 그녀는 와우관 수술을 해서 듣고 말을 할 수 있노라 설명했다. 단 너무 큰소리는 울려서 못 알아듣고 시끄러운 곳에서는 머리가 아파 오히려 안 들으려 이어폰을 끼기도 한다 알려드렸다. 모든 청각장애인이 와우관 수술을 할 순 없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좋지 않겠냐고도 덧붙였다. 아빠는 축하한다 직접 전해주고 싶은데 듣지 못해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찰나 그날의 신부가 다가가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직접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목소리에 아빠는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더랬다. 그리고 시동생이 나의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손짓으로 설명을 하더니 함께 사진을 찍자 권했고 아빠 엄마는 예의를 갖춰 축하해주러 온 발걸음에 주인공들과 직접 담소를 나눠 참 좋았다는 그 일화를 쏟아내신다.

 

부족하게 태어난 자식이 자신 탓만 같은 그 심정을 나의 부모님도 가지고 계신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는 그 결혼식장에서 그리 눈물을 흘려보내셨을 것이다. 그 부족함을 메우려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래서 함께 키워내는 자식에겐 또 얼마나 미안했을까. 보이는 결핍이든 그렇지 않던 아픈 자식은 참 속 쓰리다. 나와 내 남편은 그런 가족을 옆에 두고 자라왔다. 어쨌든 남편은 보여서 더 놀림받았고 난 보이지 않아 속앓이를 더 해왔었다.

 

 

 

 

 


 

 

아빠는 그렇게도 내 생각이 났으며 양가 부모님의 지켜보진 않았던 그 모든 세월에 감정이 내비쳐 버렸노라 말씀하신다. 난 그런 아빠가 그리고 엄마가 좋다. 아빠 엄마와 살 부딪치며 살아간 세월은 어쩌면 내 인생의 반도 아니 되지만_ 나는 내 부모님의 마음과 생각이 보인다. 


 

 

 

 

 

 

 

 

 

 

 

 

 

시동생 부부는 잘 살고 있다.

자주 보지 않는다.

 

 

 

 

 

그래도 잘 산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신혼생활을 소꿉놀이처럼 하고 있는 듯한

카톡 프로필 덕분이다.

 ☻ 

 

 

 

 

 

 

 

 

 

 


※ 이 글의 시작은 하히라의 브런치에서 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출처 : 기록하는 기억ㅣ하히 라의 한중록 매거진 (brunch.co.kr)

 

 

기록하는 기억ㅣ하히 라의 한중록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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